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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도와 용해 — %와 ppm 읽는 법

비타민C 앰플 광고에 ‘비타민C 10%‘라고 적혀 있다. 숫자 하나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으니 그것만으로 무언가를 증명하는 듯 보인다. 그런데 잠깐 멈춰서 물어보면 이 10%가 의외로 모호하다. 10%는 무엇의 10%인가. 비타민C가 가진 효과의 10%라는 뜻인가, 아니면 한 병 안에서 비타민C가 차지하는 몫이 10이라는 뜻인가. 답은 뒤쪽이다. 그리고 그 답을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 이번 강의에서 할 일이다.

지금까지 원자와 분자, 결합, 물, 산성도까지 물질의 기본 문법을 익혔다. 마지막으로 하나가 남았다. 그 물질이 ‘얼마나’ 들었는가를 읽는 법이다. 화장품 라벨의 숫자는 대부분 이 ‘얼마나’에 관한 것이고, 거기에는 %와 ppm이라는 두 가지 눈금이 쓰인다.

설탕물을 떠올리면 된다. 물에 설탕을 넣고 저으면 설탕이 사라지고 단 물이 남는다. 여기에는 세 가지가 있다. 녹아 들어간 설탕, 그것을 받아들인 물, 그리고 둘이 섞여 만들어진 단 물. 화학은 이 셋에 이름을 붙여 두었다. 녹는 쪽이 용질, 녹이는 쪽이 용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용액이다.

이 구조는 어디에나 똑같이 들어 있다. 소금물에서는 소금이 용질, 물이 용매다. 커피에서는 원두에서 우러난 성분이 용질, 뜨거운 물이 용매다. 비타민C 앰플도 다르지 않다. 비타민C가 용질이고, 그것을 녹인 물 중심의 베이스가 용매이며, 한 병에 담긴 액체 전체가 용액이다. 그러니 ‘비타민C 10%‘란 이 용액 한 병에서 비타민C가 차지하는 몫이 10이라는 말이다. 효과의 크기가 아니라 들어 있는 양의 비율이다.

여기서 물이 왜 늘 성분표 맨 앞에 오는지가 한 번 더 분명해진다. 물이 가장 많이 든 용매, 곧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바탕이기 때문이다(3강).

그런데 용매가 받아들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설탕물에 설탕을 계속 넣어보면 어느 순간부터 더 넣은 설탕이 녹지 않고 바닥에 가라앉는다.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치에 닿은 것이다. 이 상태를 포화라 하고, 더 못 녹는 그 지점의 농도를 용해도라 부른다. 이 한계는 고정된 숫자가 아니다. 대개 따뜻할수록 더 많이 녹는다. 뜨거운 물에는 설탕이 잘 풀리지만 식으면 다시 가라앉는 것이 그래서다.

용질·용매·용액과 포화 용질(설탕)이 용매(물)에 녹아 용액이 되고, 한계를 넘으면 바닥에 가라앉는다

이 한계는 화장품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고농도 비타민C 앰플이 유난히 끈적하거나, 오래 두면 미세한 결정이 가라앉는 일이 있다. 용매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양을 비타민C가 넘어선 흔적이다. 무엇이든 원하는 만큼 무한정 진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와 ppm — 무엇을 무엇으로 나눈 비율인가

섹션 제목: “%와 ppm — 무엇을 무엇으로 나눈 비율인가”

%는 단위가 아니라 비율이다. ‘100 중 몇’을 뜻한다. 10%는 전체 100 가운데 10이라는 말이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기 한 가지 갈림길이 있다. 100을 무게로 셀 수도, 부피로 셀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같은 ‘10%‘라도 무게 기준이냐 부피 기준이냐에 따라 실제로 들어간 양이 달라진다. 화장품은 만들 때 성분을 저울에 달아 넣는 일이 많아 보통은 무게를 기준으로 한다. 다만 라벨에 그 기준까지 적어주는 경우는 드물어 숫자만으로 둘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이 정도만 알아두면 충분하다. %는 언제나 ‘무언가를 전체로 나눈 비율’이다.

ppm은 그 비율을 더 잘게 쪼갠 눈금일 뿐이다. %가 ‘100 중 몇’이라면 ppm은 ‘100만 중 몇’이다. 아주 적게 든 성분을 0.0001% 같은 소수점으로 적으면 읽기 번거로우니, 1ppm처럼 적어 한눈에 들어오게 한 것이다. 1%가 곧 10,000ppm이다. 물에 가까운 묽은 용액이라면 1ppm을 액체 1kg에 1mg, 또는 1L에 1mg 정도로 어림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여기서 0강의 약속 하나를 갚을 수 있다. 그때 성분표는 함량 1%를 경계로 위아래 두 토막으로 나뉜다고 했다. 위쪽은 많이 든 순서대로 적히고, 아래쪽은 순서가 자유롭다고. 이제 그 1%가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말할 수 있다. 무게로 잰 1%, 곧 전체 무게의 100분의 1이다. 성분표 한가운데를 가르던 그 보이지 않는 선이 바로 농도 1%의 자리였던 셈이다.

다만 일반 화장품은 성분을 많이 든 순서로 나열할 뿐, 각 성분이 정확히 몇 %인지까지 밝힐 의무는 대체로 없다. 그래서 ‘OO 성분 함유’라는 문구만 큼지막하게 적고 정작 농도는 알려주지 않는 제품도 있다. 이름만 빌리고 양은 감추는 셈이다. 농도를 모르면 그 성분이 진짜 일하는지 어림하기 어렵다.

‘고농도’라는 말에는 묘한 끌림이 있다. 10%보다 20%가, 20%보다 30%가 더 강력할 것 같다. 그러나 진하다고 그만큼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 농도가 효과로 이어지는 길에는 몇 개의 천장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천장은 방금 본 용해도다. 어느 선을 넘으면 더 넣은 만큼 녹지 않고 가라앉거나, 제형이 불안정해진다. 둘째 천장은 피부가 받아들이는 양이다. 발랐다고 다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피부가 빨아들일 수 있는 양에도 한계가 있다. 비타민C가 좋은 예다. 국소 비타민C는 대체로 10%에서 20% 사이에서 흡수가 가장 잘 이루어지는데, 20%를 넘어서면 흡수되는 양은 더 늘지 않고 자극만 따라 오른다는 연구가 있다(Pinnell 2001). 비타민C 20%를 시작점으로 두고 그 위로 올린 숫자는, 효과를 더 얹는 게 아니라 자극과 불안정을 더 얹을 뿐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비타민C는 산성 환경에서만 제대로 흡수된다. 대략 pH 3.5보다 낮아야 피부를 통과하기 좋은 형태로 존재한다(4강). 같은 20%라도 pH가 높으면 흡수 면에서는 사실상 힘을 쓰지 못한다. 농도라는 숫자 하나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마지막 천장은 규제다. 효능이 인정되는 성분에는 흔히 정해진 농도 구간이 있다. 한국에서 미백 기능성으로 인정받는 성분들도 고시로 정해진 함량 범위 안에서 쓰여야 하며, 그 구간을 벗어나 더 많이 넣는다고 기능성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안전을 위해 위쪽에 상한을 둔 경우도 있다. ‘검증된 농도에 맞춘다’가 ‘무조건 진하게’보다 앞선다는 신호다.

이것이 0강에서 말한 “독은 양이 만든다”는 원칙의 다른 얼굴이다. 효과도, 자극도, 안전도 모두 양에서 갈린다. 농도는 그 양을 재는 자이고, %와 ppm은 그 자에 새겨진 눈금이다.

여기까지가 물질의 기본 문법이다. 원자와 분자로 시작해, 그것들이 어떻게 결합하고, 물이 왜 특별하며, 산성도가 무엇이고, 농도를 어떻게 읽는지를 익혔다. 이제 성분표의 숫자와 기호는 더 이상 막연한 외계어가 아니다.

다음 강부터는 이 문법을 들고 성분 안으로 들어간다. 화장품 성분의 대부분은 탄소를 뼈대로 한 유기화합물이고, 2부는 그 탄소 이야기로 문을 연다. 오늘 심어둔 질문 하나는 한참 뒤에 다시 꺼낸다. 효능을 정하는 것은 농도라는 숫자가 아니라 피부에 실제로 흡수되는 양이라는 것. 비타민C와 레티놀, 나이아신아마이드가 저마다의 최적 농도와 자극 사이에서 어떻게 줄타기하는지는 23강에서 다룬다.